
(7) 쇄난도우 공원의 곰 세 마리
미국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외국에서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나 같은 사람이 가장 막막한 것은 토요일 일요일을 어떻게 보낼 것 인가 이다.
물론 가족이 함께 와서 생활하는 경우이거나 자동차 운전을 마음대로 할 수 있거나 하면 조금 다르다. 또한 골프를 치거나 친구들이 많아서 여기저기 구경을 갈 수 있는 경우도 또 다르다.
나는 혼자였다. 가족은 서울에 있고, 골프도 칠 줄 모르고,
술도 마실 줄 모르고, 이집 저집 놀러 다닐 곳도 없다.
학교연구실에서 숙소까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것 이외에 하는 일이 없다.
책보고, 글 쓰고, TV 영화나 DVD 보고 이것 이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그것도 금요일까지는 학교에 가니까 그런대로 보내는데 문제는 토요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이것이 항상 고민이었다.
나는 미국에 가자마자 자전거를 구했다. 발을 구한 셈이다.
서울에서 올 때 등산장비 일체도 가져왔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등산, 일요일에는 자전거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처럼 등산 할 곳이 많은 것은 아니다.
눈만 뜨면 산이 보이는 그런 곳이 아니다. 산을 보고 싶어도 몇 시간을 가야한다.
내가 있는 곳에서 등산을 갈 만한 곳은 쇄난도우공원 밖에 없다.
쇄난도우국립공원은 에팔레치아 산맥을 중심으로 하여 미국 동부를 가로 막고 있다.
서부를 가로 막고 있는 산이 록키산맥이라면 에팔레치아산맥을 넘어야 동부가 보이고 워싱턴 DC로 들어 올 수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도 북군이 쇄난도우를 넘어서 DC로 밀려 왔다.

쇄난도우공원에는 여러개의 봉우리가 있다. 해발 1200m 안팎의 정상이 수도 없이 많이 있다. 그 봉우리를 모두 정복 하려면 6개월은 걸릴 것 같다. 쇄난도우국립공원을 찾는 이들은 스카이웨이를 따라 승용차로 다닌다.
사계절 구별이 뚜렷하고 특히 가을에는 단풍이 에팔레치아산맥 6000Km를 온통 천연색의 꽃 비단으로 수놓는다. 참으로 아름답다.
나는 토요일 아침 8시 집에서 주박사와 함께 승용차로 출발하여 쇄난도우공원 계곡에 10시경에 도착 계곡 밑에서부터는 도보로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토요일이 되면 정례행사처럼 되었다.
한번은 계곡입구에서 불과 1Km정도 올라갔는데 100m 전방에 무엇이 움직이고 있었다. 깊은 산속이고 무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에서 순간적으로 겁이 덜컥 났다.
잠시 멈추었다.
주박사가 “혹시 곰이 아닐까요” 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곰이 무섭다기 보다 산에서 처음 보는 곰이라 호기심이 나서 가까이 갔다.
사람의 인기척이 나자 곰은 움직였다. 곰은 세 마리였다. 
우선 어미 곰은 우리가 접근 하는 동작을 직시하면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자칫하면 일전도 불사 할 응전태세를 갖추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고 새끼 곰 두 마리는 쏜살같이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나무를 향해 올라갔다.
녹음으로 덮인 참나무 가지 숲에 새끼 곰 두 마리는 눈만 내어 놓고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어미 곰은 새끼들이 무사히 피난한 것을 확인 한 후 우리가 숫자적으로 세 사람이나 되는 것을 확인한 뒤 아주 천천히 나무 위를 오르기 시작했다.
발은 나무에 붙이고 눈은 우리를 노려보면서
우리의 접근 거리에 맞추어 서서히 나무꼭대기로 올라갔다.
나는 곰 세 마리의 용의주도하고 민첩한 피난에 놀랐다.
조금도 허둥대지 않고 상대방에 공격의 위협도 가하지 않고 자기들의 허점도 보이지 않고 무사히 그들은 나무 꼭대기에 올라갔다.
사람도 위기에 처했을 때 저들 곰처럼 침착하고 민첩하게 행동해야 된다.
쇄난도우공원에서 만난 곰 세 마리는 나에게 위기 관리능력을 가르쳐 주었다.
곰 세 마리! 지금도 보고 싶다.
(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