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땅콩 와 이래 짜노?
사는이야기 2009/08/15 00:08


(8) 피자, 땅콩 와 이래 짜노? 

미국에 와서 주말을 보내기가 제일 갑갑했다.

서울이라면 주말이 훨씬 분주하다.
자전거모임, 등산모임, 결혼식 등 참석 할 일이 너무 많이 생긴다. 

어떤 날은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약속된 일정만 따라 하다보면
집에 돌아올 때면 내가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다.

그런데 이곳 워싱턴에서는 주말이 되면 대략난감하다.  

하루는 주박사와 함께 쇄난도우공원 높은 봉에 있는 평원을 올라갔다.
자연학습장 비슷한 평원은 넓고 크다.

키 높이 자란 풀밭에 관광객들 행 열이 늘어서 있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경치다.

우리도 이곳저곳을 돌면서 사진도 찍고 마음껏 미국의 공기, 에팔레치아산맥의 공기를 심호흡했다.  

오후 3시경 하산하여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배가 많이 고팠다.
아침 겸 점심으로 김밥 한 줄 먹었으니 출출 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눈길은 길 옆 음식집을 찾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은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관광지의 도로 옆에 늘어선 원조 감자탕, 토종닭, 보쌈, 오리구이 등 늘어선 음식점 등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만난 것이 피자 가게였다. 우리는 무조건 들어갔다. 

미국 할머니가 주인 겸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먹을 것 이라고는 피자 밖에 없었다.
무조건 피자를 시켜 놓고 피로를 푸는데 할머니가 큰 사이즈의 피자 한 판과 콜라를 가져왔다.

나는 배가 고픈 참에 피자 한 조각을 성큼 물었다.

아!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소금 한 접시를 입안에 털어 놓은 것 같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할매! 와 이래 짜노” 하고 외쳤다.  

내 영어 실력으로는 당시 상황을 설명 할 수가 없어
주박사에게 주인 할머니에게 피자가 이렇게 짠 이유를 물어 보라고 했다.  

내 소리를 미국 할머니가 들었는지 우리 테이블로 왔다.
할머니가 이곳은 체인점이기 때문에 받아서 데운 것 밖에 안 하고 따로 소금을 친 일은 없다.

내가 지금까지 이곳에서 장사 하면서 이 피자가 짜다는 사람 처음 봤다.
모두 주는 대로 먹고 간다. 대충 이런 설명이었다.

그 후 나는 미국을 떠날 때 까지 피자는 입에 넣어 보지 않았다. 

또 한 번은 워싱턴 DC 팀과 텍사스팀의 오후 야구 경기가 DC 구장에서 있었다.
나는 서울에 있을 때도 운동경기 구경을 좋아했다.

야구, 배구, 농구는 물론 축구는 동네 축구 수준은 된다. 

DC 구장에서 열리는 빅게임이라고 해서 조교와 함께 야구 경기장에 들어가면서 입이 심심하니 땅콩이나 좀 사가자고 했더니 조교가 껍질째 볶은 땅콩을 한 봉지 큰 것으로 사왔다.

그날 야구는 DC 팀이 텍사스팀에게 일방적으로 깨지는 경기였다. 나는 그래도 워싱턴에 산다고 은근히 워싱턴팀을 응원하였다. 점수가 나지 않고 챤스도 놓치고 해서 저절로 손이 땅콩 봉지로 들어갔다. 

그런데 땅콩껍질에 미세한 흰 가루가 묻어 있었는데 손에 묻을 정도였다. 나는 땅콩이 오래 되어서 곰팡이가 피었는가 하고 껍질은 그래도 속은 괜찮겠지 하고 껍질을 비벼서 까고 알맹이를 입에 넣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피자 먹을 때와 똑같이 너무 짜다.  

입에 넣은 것을 뱉어 내지도 못하고 그냥 먹었다.

내가 서울에서도 평소에는 음식을 짜고 맵게 먹는데 이곳 음식은 도저히 당할 수가 없다.  

야구는 응원하는 팀이 자꾸 지고 있고, 손은 심심하고 저절로 소금범벅이 된 땅콩을 한 개 두 개 먹었다. 아마 반봉지정도 먹었을까.

손은 소금가루로 범벅이 되고 입가에는 온통 소금가루가 묻고, 먹을수록 면역이 되어서 짠 것도 잊었다.  

그날 야구는 DC팀이 17:1로 졌다.

나는 집에 와서 밤새도록 물을 마셨고 그 후 이틀 동안 밥을 못 먹었다.


( 계속 )


2009/08/15 00:08 2009/08/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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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최준영 2009/11/21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자가 좀 짜긴 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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