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Green tea ice cream (그린티아이스크림)
워싱턴 DC에 있는 죤스홉킨스유니버스티 국제대학원(SAIS) 건물 뒤에 태국식당이 하나 있다.
내가 있는 연구실에서 걸어가면 5분정도 걸린다. 특별히 손님들이 찾아오면 가끔 들르는 곳이다.
태국정부는 자국의 음식을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 워싱턴에 식당을 열면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서 태국식당을 국제화 한다는 정책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워싱턴 DC에도 태국식당이 여러 군데 있다.
중국 음식과 비슷하지만 기름이 많지 않아서 약간 담백 하다고나 할까.
어쨌든 먹기가 괜찮다.
하루는 손님이 와서 그 식당으로 갔다.
미국식당은 어디서나 손님이 가면 제일먼저 메뉴판을 갖다 준다.
여러 명이 가도 사람 수대로 메뉴판을 주기 때문에
식당에 가면 메뉴판을 들고 한참 공부해야 한다.
우리 일행은 가벼운 해물 볶음밥 같은 것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 식후 디저트를 또 따로 시켜야 하는데 디저트 메뉴판도 따로 나온다.
나는 술, 담배를 안 하기 때문에 떡, 아이스크림 이런 것을 좋아한다.
그날은 메뉴판에 Green tea ice cream 이란 것이 있어서
나는 미국에 와서 처음 보는 메뉴라 그것을 달라고 했다. 
녹차아이스크림이라 빛깔이 녹색으로 된 아이스크림이고
맛도 녹차 맛이 나서 먹기가 좋았다.
그 후로 식당에 가면 후식으로 그린티아이스크림을 즐겨 먹었다.
그런데 사고(?)가 생겼다.
하루는 잘 아는 친구가 왔다. 나는 너무나 반가웠다.
미국에 혼자 와 있으니
서울에서 잘 아는 손님이 연락 없이 불쑥 찾아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 가 없다.
1시간가량 그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12시가 넘어서야 우리는 듀퐁 로타리에 있는 양식당으로 갔다.
근처에서는 꽤 이름이 있는 레스토랑이라 외국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받아서 식사 주문을 해야 했다.
미국에서 고통스러운 일중 하나는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시키는 일인데 한참 들여다보고 공부를 해야 했다.
우리는 겨우 뉴욕식 T본 스테이크를 시켰다.
갈비뼈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두터운 소고기가 살짝 익혀서 나오는 것이다.
나이프로 조금씩 잘라 먹다가 반쯤 먹으면 양이 찬다.
곁들여 잘게 썬 감자튀김을 먹고 나니 배가 적당히 불렀다. 문제는 후식이었다.
나는 호기롭게 종업원에게 Green tea ice cream 을 주문했다.
친구에게는 내가 먹어본 그린티아이스크림을 설명했더니 그도 좋아했다.
종업원도 예스, 예스 하면서 기분 좋게 주문을 받아갔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종업원이 가져오는 것은 녹차였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그린티아이스크림”하고 종업원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 친구도 “예스, 그린티아이스크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주방에 가더니 이번에는 아이스크림만 따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어이가 없어 크게 웃고 말았다.
녹색의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녹차와 아이스크림을 따로 갖고 왔으니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종업원은 남미출신이어서 내 말의 의미를 따로 해석 한 것 같다.
나는 모처럼 미국에 온 친구에게 그린티아이스크림 대신에
녹차와 아이스크림을 따로 시켜준 셈이 되었다.
언어라는 것이 받아들이기에 따라 엄청난 오해를 가져오는 것이다.
( 계 속 )
